July 28th 2019
몇 주 전 제가 수료한 바닐라코딩이 신논현에서 삼성역으로 이사를 해서 이사 파티를 했습니다. 바닐라코딩의 명원님이 현재 부트캠프 과정을 진행 중인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로 짧게 발표를 부탁해서 발표하게 됐었습니다. 발표는 너무 횡설수설해서 무슨 말을 한 건지 저도 모르겠지만, 발표 전 들었던 생각들 정리해 보았습니다.
사실 시기상으로 제가 몇 개월 과정을 먼저 시작해서 일하고 있을 뿐이지, 현재 수료 중인 분들도 과정을 잘 마치면 수료 후 같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발표하는 것이 부담도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제가 이 일을 하고자 마음먹고 느꼈던 감정들이나 생각들에 대해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그때는 HTML, CSS가 뭔지도 몰랐고, 제가 이 일을 하게 될지 생각도 못 했습니다. 이직하기 전 시간이 조금 있었는데, 그때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에 대한 블로그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유데미 사이트를 통해 HTML과 CSS를 처음 배웠습니다. 그리고, 배우다 보니 재미가 있어서 계속 배우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웹 개발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부분이 나이였습니다. 안 그래도 적지 않은데, 특히나 한국은 더 나이에 민감하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이 제가 재미는 있지만, 잘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고. 비전공자이고, 문과 출신이고, 주변 친구들은 다 직장에서 자리도 잡았고, 왜 이런 생각은 시작하면 끝도 떠오르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뭐든지 제 또래들보다 늦었습니다. 달팽이 같은 인생을 살았는데, 군대도 조금 늦게 갔고 제대 후 수능을 보고 대학을 갔기 때문에 뭐든지 제 또래보다 다 늦었습니다. 이러는 와중에 또 새로운 걸 시작하려니 보통의 사회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안 될 이유가 너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는 기존에 하던 일을 평생 하며 살기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재미있는 부분도 없지는 않았고 잘하려고 노력도 했고 그 일을 못 하지도 잘 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에 앉아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왕 늦은 거 몇 개월 저한테 더 투자한다 생각을 했고, 지금 해보고 싶은 것 한 번 해보기나 하자 하는 마음으로 개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회사생활을 하고 퇴사를 해 보니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회사에 다니는 게 더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저는 첫 회사를 산업용 공구 제조업체에서 해외영업 직무에 근무했습니다. 큰 기계에 장착해서 사용하는 쇠를 깎는 칼이라고 보시면 되는데, 다루는 아이템이 일반 소비재가 아니고 공구이고, 또 여러 제조 업체의 엔지니어들과 대화를 해야 하니까 무역 일도 하면서 공구나 기계나 쇠에 대해서도 알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퇴사를 하고 보니까 그동안 배운 것이 다른 회사에서는 쓸 수 없는 것들이 많았어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회사에 더 얽매일 수밖에 없는데, 만약에 이런 식으로 회사에 다니다 사십 대 오십 대에 회사를 관두게 되면, 그게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힘들어도 이것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배우기 시작하면서도 나이나 실력이나, 이전에 어떻게 살아왔고 전공이 뭐고 이런 걱정이 사라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저는 "어떻게든 이 일을 하기는 할 거야"라는 생각이 더 컸던 거 같습니다. 과제를 하면서도 어떨 때는 제가 너무 못하는 거 같고 답답하고 회의감이 들기도 했는데, 그럴 때도 조금 힘들어하다가 그래도 어떻게든 이 일을 하긴 해야겠다고 계속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드물게 한 번씩 특정 과제랑 저랑 궁합이 잘 맞아서 뭔가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도 자만 같은 거 안 하려 했었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너무 좌절하지도, 자만하지도 않는 게 제가 계속 배우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의 관계에도 그런 게 더 좋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돌이켜 봤을 때, 웹 개발자로 처음 일을 하는데 실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태도나 마음가짐도 그만큼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개발 능력은 아마도 부트캠프를 수료할 때쯤 스스로 잘하려 하면 같이 수료하시는 분들과 일정 수준 비슷해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꼭 개발 분야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질 지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보는것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 한 걸음 한 걸음이 무섭다고 하자나요. 지금 어렵고 못 하는거 같아도, 포기하지 않고 꾸역꾸역 하다보면 조금씩은 성장하는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개발자로 일을 하기 위해 보냈던 시간 중 들었던 제 개인적인 생각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라 공감이 안 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배우는 과정에서도 그랬고, 수료하고 구직 기간에도 그랬고, 일을 하는 지금도 한 번씩 걱정이 되고 힘든 시간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럴 때 이런 케이스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면 조금은 의연하게 넘어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추가로, 부트캠프를 하면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친구가 많이 생긴 것입니다. (나이는 제가 많았지만 아래위로 10살 정도?는 친구니까요..) 같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같이 공부할 기회가 학창 시절 제외하면 없는데, 부트캠프 하며 배우는 것도 즐겁고 같이 하는 친구들도 생겨서 재미있는 시간도 많았습니다. 모임 중에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과정 마치고도 관심사가 같은 커뮤니티가 생겨서 좋았습니다.